
[라포르시안]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노년층의 건강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나이가 들수록 갈증이나 더위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지고 체력과 회복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특히 고혈압과 당뇨병, 심장질환, 신장질환, 관절질환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자는 탈수와 어지럼증, 낙상, 식욕 저하 등 작은 변화도 큰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노년기 건강은 단순히 질병 유무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젊은 환자는 한 가지 질환을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지만 고령 환자는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암과 함께 당뇨병, 심장질환, 골다공증, 관절질환을 동반한 환자라면 암 치료뿐 아니라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골밀도, 생활습관, 복용 약물 간 상호작용, 영양 상태, 보행 능력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노년기 건강관리에서 질병만큼 중요한 개념이 바로 '노쇠’(Frailty)다. 노쇠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의미가 아니라 근육량 감소와 체력 저하, 식사량 감소, 보행 속도 저하, 작은 질병이나 충격에도 쉽게 건강이 악화되는 상태를 말한다.
같은 80세라도 독립적으로 일상생활을 하고 사회활동과 운동을 활발히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동이 제한되고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지치거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전자는 노쇠가 없거나 경미한 상태지만 후자는 노쇠가 심한 상태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나이보다 일상생활 수행 능력과 회복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쇠가 진행되면 감염이나 수술, 항암치료, 입원 등의 상황에서 회복이 늦어지고 합병증 발생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고령 암 환자는 암의 종류와 병기뿐 아니라 동반 질환, 영양 상태, 근력, 인지기능, 복용 약물, 낙상 위험, 활동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무조건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하거나 반대로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환자의 신체·정신 기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치료에 따른 이득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 같은 평가는 실제 의료현장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노인병·항노화센터는 고령의 암 환자를 대상으로 노쇠 평가를 시행하며 환자 상태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쇠 평가는 기본적인 혈액검사뿐 아니라 근육량과 근력, 영양 상태, 보행 능력, 인지기능, 우울감, 복용 약물, 동반 질환, 일상생활 수행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한다.
이를 통해 항암치료나 수술을 앞둔 환자가 치료를 견딜 수 있는지, 치료 전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치료 후 예후는 어떨지를 평가한다.
해외 주요 대학병원에서도 수술이나 항암치료 전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이 같은 평가를 시행해 치료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후유증을 예측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가 함께 최적의 치료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고령의 암환자에서는 항암치료 전 뼈 건강과 보행 능력 평가도 중요하다. 암이 뼈로 전이된 경우에는 작은 충격에도 병적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골다공증이나 근감소증이 있으면 치료 과정에서 낙상과 골절 위험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척추 질환이 동반되면 허리 통증과 다리 저림, 보행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정형외과 등 관련 진료과와의 협진도 필요하다.
노년기 건강 이상은 처음에는 미미한 변화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식욕이 줄고 체중이 감소하거나,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주 넘어질 뻔하거나 밤에 화장실을 가다 비틀거리고, 약을 제때 챙겨 먹기 어려워지는 것도 주의해야 할 신호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나 노쇠의 시작일 수 있다.
노쇠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활 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식사를 거르지 않고 체중 1kg당 1.0~1.2g 정도의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으며, 질병 상태에 따라 필요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고기와 생선, 달걀, 두부, 콩류는 근육 유지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무리하기보다 걷기와 가벼운 근력운동, 균형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균형 운동은 낙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 집안에서는 미끄러운 바닥과 어두운 조명, 문턱, 전선 등 넘어질 위험이 있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양현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노인병·항노화센터 교수는 "노년기에는 질병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노쇠를 포함한 환자의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고령 환자는 여러 동반 질환과 노쇠 정도에 따라 치료 후 회복 과정이 달라질 수 있어 치료 전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암 환자도 나이만으로 치료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노쇠 평가를 통해 영양 상태와 근력, 보행 능력, 낙상 위험, 동반 질환 등을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진료과와 협력하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적절한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령이 되면 한 번쯤은 노쇠 평가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