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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및 복지정보

뒤통수치는 '정상안압 녹내장'

작성자
김은희
등록일자
2013년 6월 3일 0시 0분 0초
조회
752
건강웰빙

뒤통수치는 '정상안압 녹내장'

“두 달 전 종합검진 때도 안압에 이상 없었는데…”
개방각녹내장 환자 77%가 정상안압… 시신경 압박 받다가 말기 돼야 증상
전방각-안저 검사, 조기발견에 도움
동아일보 | 입력 2013.06.03 03:08
 
[동아일보]




회사원 정모 씨(39)는 지난달 안과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시야가 약간 뿌옇고 눈이 침침했을 뿐이었는데 녹내장 판정을 받은 것이다. 3월 받았던 정기 종합검진에서 안압과 시력에 이상 소견이 없었기에 충격은 더 컸다. 정 씨의 병명은 '정상 안압 녹내장'. 심하면 실명할 수도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일반인은 안압이 높을수록 눈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녹내장도 눈의 압력이 올라가면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녹내장은 주로 눈 속에서 생긴 물이 빠져나가는 배출구 이상으로 생긴다. 배출구가 막혀 물이 고이면 안압이 올라간다. 마치 입구가 막혀 풍선이 불어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때는 눈의 가장 약한 부분인 시신경이 압박을 받게 된다. 심하면 신경이 망가지고 점점 시야가 좁아지다가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





안압이 정상이라도 당뇨병 심혈관질환이 있거나 심한 근시라면 녹내장 여부를 검사해야 한다. 한 남성 환자가 안과 검진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 정상 안압 녹내장 동양인에게 많아

문제는 안압이 정상으로 유지되더라도 시신경이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이 바로 이런 병이다. 정상 안압 녹내장 발생 비율은 한국 일본 등 동양인에게서 특히 높다. 가장 흔한 녹내장으로 알려져 있는 개방각 녹내장의 77%가 정상 안압일 정도다.

반면에 백인과 흑인은 안압이 높을 때 녹내장이 더 많이 발생한다. 왜 인종적 차이가 생기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단, 유전적 차이나 서로 다른 식생활 등이 가설로 제기되고 있다.

기창원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아직까지 왜 시신경이 비교적 낮은 안압에서 망가지는지 확실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 안압을 더욱 낮춰야만 시력 상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만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 조기 발견이 유일한 대안

녹내장은 그 자체로도 발견이 쉽지 않은 병이다. 특히 평소에 아무 증상이 없다가 수년 동안 진행돼 말기가 되어서야 시야가 좁아지는 만성녹내장은 진단이 어렵다. 녹내장이 무서운 병으로 인식되는 이유다.

먼저 건강검진 때마다 안압이 정상치인 10∼21mmHg 범위 안이라도 다른 검사들을 해보는 것이 좋다.

특수렌즈를 눈에 대고 방수 배출구가 있는 각도를 검사하는 전방각검사가 대표적이다. 배출구가 잘 열려 있는지, 다른 신생혈관과 유착돼 있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신경유두가 함몰됐는지를 확인하는 안저검사도 중요하다. 시신경유두는 시야가 좁아지기 전에 미리 함몰되기 때문에 녹내장에 걸렸는지 미리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골드만 시야계와 험프리 자동시야계를 환자의 특성에 따라 사용하는 시야검사도 효과적이다.

○ 완치 불가능, 평생 조절해야

정상 안압 녹내장은 일반 녹내장과 같이 완치될 수 없다. 당뇨병 환자가 인슐린 등으로 평생 혈당을 조절하듯 평생 안압을 조절하고 시야의 감소를 최소화하는 길 외엔 방법이 없다.

먼저 안압을 더 낮춰주는 점안액이나 내복약을 사용할 수 있다.

대체로 녹내장 환자는 여러 가지 안약을 동시에 사용하는 때가 많다. 최소한 5분 정도는 간격을 두고 넣는 것이 효과적이다. 안약을 넣은 뒤에 양쪽 눈과 코 사이를 엄지손가락으로 눌러주면 약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레이저 치료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치료가 모든 녹내장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치료 전 의사와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또 레이저 치료 뒤 갑작스럽게 안압이 올라가는 때도 있어 숙련된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눈 속에 다른 배출구를 만들어주는 수술 요법이 있다. 하지만 배출구는 수술을 해도 다시 막힐 수 있어 완치됐다고 볼 수 없다.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민지영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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