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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및 복지정보

‘몸 속 시한폭탄’ 동맥류, 중년 흡연男 노린다… 증상 없다 불시에 터져 생명 위협

작성자
김은희
등록일자
2013년 2월 19일 0시 0분 0초
조회
607

‘몸 속 시한폭탄’ 동맥류, 중년 흡연男 노린다… 증상 없다 불시에 터져 생명 위협

국민일보 | 입력 2013.02.18 16:53 | 수정 2013.02.18 22:44

 

몸속 동맥의 일부가 꽈리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있다가 갑자기 터져 생명이 위험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몸속의 시한폭탄으로 비유되는 '동맥류(動脈瘤)' 환자들이다. 특히 요즘처럼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일교차가 심해질 때 급증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져 인근 병원에서 응급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배우 안재욱씨가 바로 그런 경우다.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던 뇌동맥류가 불시에 터지며 뇌출혈의 일종인 지주막하(지주막 아래쪽)출혈을 일으켜 응급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다행히 안씨는 현지 병원에서의 신속, 정확한 응급처치 덕분에 빠르게 건강을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몸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과 같은 동맥류의 종류와 예방 및 치료법을 알아본다.

◇뇌동맥류=동맥의 내벽(內壁) 일부가 꽈리처럼 바깥 방향으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하는 동맥류는 뇌혈관에 생기는 '뇌동맥류'와 배 부위에 발생하는 '복부대동맥류', 가슴 부위 대동맥에 발생하는 '흉부대동맥류' 순으로 많이 발생한다.

이중 뇌동맥류는 전 인구의 1∼2%에서 발견된다. 이로 인해 해마다 인구 10만 명당 약 20명이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뇌혈관수술을 받는 환자 10명 중 3명이 뇌동맥류 파열 환자라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뇌동맥류는 또한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배 이상 많이 발견되는데, 파열 시 사망위험이 20%에 이르고, 가까스로 지혈과 함께 혈종을 제거해 뇌압을 낮추는데 성공해 생명을 건진다고 해도 약 20%가 후유증으로 언어 및 사지마비 등을 겪게 된다.

선천적으로 혈관 내벽이 약한 사람의 경우 흡연, 고혈압, 두부(頭部) 외상 등의 자극으로 발병 위험이 높다. 뇌동정맥 기형이나 모야모야병과 같은 뇌혈관질환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뇌동맥류가 터지면 뇌를 보호하는 뇌막 중 하나인 지주막 아래쪽 빈 공간에 피가 고이고, 그 피가 뇌 속으로 흘러들면서 뇌압이 높아지고 뇌신경세포가 급속히 손상되는 수순을 밟는다. 이때 환자들은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심한 두통을 느끼게 된다. 또 구토와 함께 뒷목이 뻣뻣해지는 증상, 반신마비, 언어장애, 의식저하 등의 신경계 이상 증상도 나타난다.

의사들이 뇌출혈 시 늦어도 3시간 이내 응급처치가 이뤄져야 생명을 건질 수 있고, 후유증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들 질병의 문제는 터지기 전에는 어떠한 이상 증상도 자각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국 중년기 이후 MRI검사를 통해 뇌혈관에 이상이 있는지 여부를 한 번쯤 점검해보는 것이 상책이다.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 백민우 교수는 "특히 발생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지는 50세 이후엔 정기 건강검진 시 한 번쯤 뇌혈관의 이상 여부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뇌동맥류가 발견되면 코일을 넣어 피가 고이지 않도록 하거나 아예 수술로 제거하는 방법으로 파열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복부대동맥류=50세 이상 우리나라 성인의 0.89%가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위험 그룹은 65세 이상 흡연 남성이다.

경희대 의대 혈관외과 조진현 교수팀이 강동경희대병원 방문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세 이상 흡연 남성의 4.5%가 복부대동맥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0세 이상 성인의 평균 유병률보다 4배 이상 높은 빈도다.

대동맥류는 일단 발생하면 계속 커지며 혈관 벽을 더욱 얇게 만들어 파열 위험을 높이게 된다. 마치 바람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간 풍선이 내부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동맥류의 팽창 속도는 부위에 관계없이 연간 0.3㎝ 정도다. 조 교수는 "흉부의 경우 직경 5.5㎝, 복부는 직경 5㎝ 이상으로 커지면 파열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동맥류는 지름 5㎝ 이상 크기로 자라기 전에 조기 발견, 파열 위험을 봉쇄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열 시 사망 위험은 무려 60∼70%에 이르기 때문이다.

치료는 부푼 꽈리 모양의 동맥류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그 속에 금속성 코일을 채워 피가 더 이상 고이지 않게 해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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