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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및 복지정보

코로나 침범한 급식실… 식판엔 밥 대신 빵만 오른다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자
2022년 3월 29일 11시 49분 46초
조회
195

학교 급식노동자 집단 감염 탓
대체인력 못구해 간편식 대체
경기도 구치소선 건빵 배식도
충남 지역 한 중학교에서 최근 제공한 빵과 떡 등 간편식의 모습.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급식실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대체 급식을 제공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제공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전한 한 끼를 마주하지 못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급식 종사자들의 집단감염으로 학교, 교정시설, 아동·청소년 쉼터 등의 공공 급식실이 문을 닫거나 마비되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학교에서 빵이나 떡 같은 대체 급식이 제공되고 있으며, 무료 급식이 이뤄지는 곳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노숙인들도 생겼다.

우선 개학 3주 차에 접어든 일선 학교 가운데 정상적인 급식이 불가능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전국영양교사노조 관계자는 23일 “대체 인력이 없어 기본적인 영양소조차 균형을 맞추지 못한 채 하루하루 먹을 것을 구하기 바쁜 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학교 측은 ‘간편식’을 제공하라고 하지만 영양교사 입장에서는 전혀 간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학교의 영양교사는 “지난주 갑자기 조리실무원 2명이 확진돼 부랴부랴 도시락 주문을 넣었지만 품절 상태라 빵과 우유로 대체했다”며 “5분도 못 쉬고 뛰어다녀 급식 시간을 맞췄지만 고른 영양소는커녕 빵만 줘야 해서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번갈아 가며 급식 업무에 투입되기도 한다.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는 최근 조리실 종사자 6명 중 절반이 확진되면서 교감이 직접 급식 조리를 맡고 있다. 한 담임 교사는 “도시락을 공급한 적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온종일 ‘배고프다’며 성화를 부리고 학부모 민원도 쏟아지면서 급한 대로 교감선생님이 조리를 맡게 됐다”고 전했다.

직접 관할 구청에서 보건증을 발급받은 후 급식실을 찾는 학부모도 있다. 하지만 숙련되지 않은 인력이 급식실에 투입되면 위험 요소 또한 많아질 수 있다. 고은선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 교육국장은 “학교 급식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수준이지만 교육부는 대체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대안을 아직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식실 인력 공백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는 상황은 교정시설에서도 생긴다. 경기도 한 구치소에서는 지난달 식사로 건빵이 나오기도 했다. 한 수감자는 “조리실무자 중 확진자가 발생해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며 “어떤 날은 인력난으로 취사를 할 수 없어 아예 배식을 받지 못하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노숙인들이 밥을 먹기 위해 타 지역으로 원정을 떠나는 일도 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에 따르면 천안의 한 무료급식소는 지난 1월만 해도 평균 110인분을 배식했지만 지난달부터는 150명 정도가 모인다. 급식소 관계자는 “최근에는 처음 보는 노숙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확진자 급증으로 배급을 담당할 인력이 모자란 무료 급식소 상당수가 문을 닫으면서 노숙인들이 밥을 주는 곳을 찾아 ‘원정 급식’을 하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본다.

아동·청소년쉼터의 경우도 음식 냄새가 사라진 지 오래된 시설이 많다. 서울의 한 쉼터는 지난달부터 상담, 휴식 등을 이유로 쉼터를 방문하는 청소년들에게 식사로 빵과 주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북 지역의 한 쉼터는 지난달 ‘조리원 급구’라는 공고문을 냈지만 아직 대체 인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한 상담사는 “배가 고프다는 아이들에게 몇 천원씩 주면서 ‘나가서 밥 사먹고 오라’고 말하는 형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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